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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자기 안에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맹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맹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하나 상처 입지 않는다

바람은

없이 넘어가는

수면 위의 줄글을 읽기는 하는 건지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

바닥이 깊고도

높다

 

- 권정우, <저수지>

 

 

이번 휴가에 고향 제천 방문을 하며 추억의 장소 의림지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언제나 의림지여서 지겹다고 불평도 했지요. 때는 몰랐네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저수지였는지. 다시 시가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저수지의 넓고 깊은 품을 가르쳐 시입니다.

 

도대체 이런 마음은 어떻게 가질 있는 걸까요? 모난 것도 검은 것도 모나거나 검은 파문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부드럽고 여전히 맑습니다. 아무리 것이라도, 아무리 날카로운 것이라도, 수없이 겹쳐 들어와도, 어떤 것에도 상처입지 않아요.

 

작은 돌멩이 하나도 품지 못하는 나의 작음을 한탄합니다. 하늘은 커녕 조각구름 하나도 감당 못하는 나의 얕음을 부끄러워합니다. 세상 모든 죄인 품어도 여전한 고요에 발을 담급니다.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 은혜라는 이름의 저수지.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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