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목사 / 두란노 침례교회>
안녕하세요, 형제님.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무디 방송은 늘 하던대로 크리스마스 일주일전부터 24시간 내내 성탄을 축하하는 찬송과 캐롤들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부턴가 지구촌 전체의 축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성탄절을 즈음에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점점 달라지는 성탄 풍경 때문에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점차 귀퉁이로 몰려나는듯한 분위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상업적 축제로 만들기 위해선 종교적 냄새를 제거해야만 하는 겁니다. ‘예수님’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무신론자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당연히 거부감을 나타낼테고, 그 결과 성탄은 특정 종교인들의 축제로 축소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성탄 특수는 물건너가고 만다는 냉철하고도 세밀한 계산 때문입니다. 그래서 “Merry Christmas”라는 인사말 대신 “Happy Holiday”라는 무의미한 인사말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도 예수님 탄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슈는 이런 류입니다. ‘올해는 선물구입비로 소비자들이 얼마를 지출할까?’ ‘올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할까?’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자연히 알 때까지 숨기는 것이 좋을까?’ 등등. 상점을 드나드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성탄절이 지닌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는 구세군 남비 설치를 거부하는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 이름을 ‘패미리 트리’로 바꾸어 선전하는 업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형제님, 성탄절에 담긴 의미는 누가 뭐라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구해내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직접 이 땅에 오신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분명히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리 믿음의 성도들은 성탄절마다 이 세상을 향해 힘껏 외쳐야 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예수님께서 여러분들을 죄와 죽음에서 구해내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그러니 그분을 믿고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는 이 축제에 동참하세요. Merry Christmas!”라고 말입니다.
두 달 전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클릭해서 열어보니 C 목사님이었습니다. 목사님은 한 교회의 담임 목사로서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고 계시고, 목회학 박사 과정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헌신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메일의 내용을 보니 선교지로 떠나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도 작년에 발생한 지진 피해로 인해 중남미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나라로 전락한 아이티로 나가신다는 겁니다. 교단에서 정해놓은 선교 정책 기준에 따르면 목사님은 선교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세도 넘기셨습니다. 교단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세상적인 눈으로 보면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님의 부르심만 전적으로 의지한채 선교사로 지원하신 겁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가장 안 좋은 때 같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임을 믿고 나갑니다.”고 마무리한 메일을 다 읽고난 후,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을 꽉 채운 감동 때문에.
형제님, C 목사님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모하다는 생각이 드신다구요. 이미 중남미에서 선교 사역을 펼쳐가고 계신 목사님 한 분을 더 소개해 드릴께요. 그분을 통해 C 목사님의 결정이 축복의 길을 택한 것임을 알게 되실 겁니다.
니카라구아에서 선교하고 계신 K 선교사님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2월이었습니다. 물론 교회 차원에서 오랫동안 물질적으로 또한 기도로 후원해오고 있었지만 직접 방문해서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K 선교사님은 신학 공부는 마쳤지만, 세상으로 나가 사업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 소명에 순종해서 니카라구아로 왔습니다. 선교지로 나오기 위해 15년 동안 벌었던 재산을 다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선교사님을 돕겠다는 후원 교회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비량으로 시작한 선교 사역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 즉 청년들을 영적 인재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나님 말씀 위에 성장한 청년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들어가 영향력을 발휘할 때 나라가 변한다는 믿음으로 쉼없이 달려갔습니다.
하나님께서 K 선교사님의 사역 위에 축복을 붓기 시작하셨습니다. 첫 번 째 축복은 청년들의 변화였습니다. 매주 3 차례 만나 예배를 드리고, 말씀 공부 하고, 함께 기도하고, 그리고 일년에 한 차례 모여 일주일을 숙식하며 성경을 통독하는 동안 청년들의 영혼이 몰라보게 성숙해져갔습니다. 그들의 변화는 K 선교사님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회개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나라를 위해 비전을 세워가는 청년들을 바라보면서 K 선교사님의 마음은 기쁨으로 넘쳤습니다. 청년들을 바꾸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면서 감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기쁨과 감사 때문에 힘든 환경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엄청난 축복이 K 선교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년 전 LA에 사는 분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K 선교사님이 정직하게 선교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전화를 걸어온 겁니다.
그분의 부모님은 오래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서 자수성가한 분이셨습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자 어머니가 자녀들을 데리고 LA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성공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중남미 땅에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중미와 남미를 잇는 니카라구아 땅에 6만평의 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 땅에 선교 센타를 지어 복음을 전함으로 중남미를 축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자녀들 중에서 선교사, 또는 목회자가 나와 자신의 꿈을 이뤄주길 바랐지만,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 천국에 갈 날이 멀지 않자 자녀들을 통해 선교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그 꿈을 이루는데 적합한 분을 찾아 그 땅을 맡기기 위해서 였습니다. 어머님의 뜻을 받들어 그런 분을 찾다가 K 선교사님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겁니다. 형제님,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요즘 세상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큰 땅과 소중한 꿈을 주고 받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요?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난 겁니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두 번 째 축복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땅에 선교 센타가 근사하게 들어섰구요, 중남미 복음화를 위한 사역과 꿈이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K 선교사님은 그 땅의 이름을 ‘은혜의 언덕’이라고 지었습니다.
최근 편지들을 통해 교회를 섬기는 일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형제님과 나누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복음의 불모지로 나가 예수를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을 선교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자신을 내려놓는 희생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역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께서 선교를 감당하는 성도들을 축복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형제님도 이 진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만 시간을 내서 선교지를 다녀오면 제 말의 뜻을 금방 알 수 있게 됩니다. 형제님, 선교는 분명히 축복입니다.
다음 편지를 드릴 때까지 하나님의 축복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