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

by skyvoice posted Sep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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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커피.jp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볼에 데인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가쁜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생각 했던가.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 이성복, <그렇게 소중했던가>

 

한국 휴게소에서 누리는 자판기 커피 잔과 잠깐의 휴식. 미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이지요. (맥반석 오징어와 버터구이 감자도 놓을 없고요) , 그런데 커피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벌써 떠나고 있네요. 급하게 쫓아가면서도 놓을 없는 잔의 커피! 손등은 화끈거리고 말끔한 양복은 얼룩지고, 바닥에 조금 남은 커피를 안에 털어 넣으며 시인은 속으로 말합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상하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소중한 것도 아니었는데, 놓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붙잡고 삽니다. 손등 데는 줄도 모르고, 옷에 얼룩 묻혀 가며 허둥지둥 헐레벌떡… 그냥 두고 생각은 했던 걸까요? 지나고 나면 ‘내가 그랬을까' 싶은 일인데, 그것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가쁜 몰아쉬며 살았네요.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삶인지, 무엇을 먼저 구할 것인지, 구분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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