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지난달에 잠깐 시카고에 마침 와있었을 때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려웠던 여러 권사님들 중에서도 나잇값 하지 않고 늘 생기발랄하셔서 제가 한때 “언니”라고 부르며 가까이 지내던 이선화 권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와있던 남편과 함께 그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애도하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내 드렸습니다. 한 동네에 살면서 저와 아이들과, 그리고 저의 남편까지 살뜰히 챙겨주시던 따뜻한 마음의 권사님이었습니다.

 

제가 시카고에 와서 처음 다니며 저의 신앙을 시작했던 교회, 시카고 한인 복음교회 (현 복음장로교회). 제 기억으론 그때 권사님의 남편이 돌아가셨단 소식을 예배 후 광고 시간에 들었으니,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어언 30년을 홀로 사시다 가셨습니다. 자식도 없이, 그 오랜동안 홀로 사셔서, 장례식이 외로울 거란 생각에 저도 꼭 장례식에는 가 드려야 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오신 분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꼭 오셔야 할 분들이 다 모이신 것 같았습니다. 작고 조용하게, 한 마음으로 마지막 보내는 자리를 함께 하고자. 장례를 주관하셨던 장례 코디네이터도 “가족이 없어 걱정했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이 장례가 참 따뜻했고, 가신 분도 좋은 맘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선화 권사님의 임종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이 장례의 모든 절차들을 기꺼이 다 하신 박정재 권사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옛 여고 친구로서 친구 노릇을 다 하신 그 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랜만에 옛 교회분들을 다 만난 자리에서 저나 그분들이나 다들 기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돌아가신 이선화 권사님 덕분에 이렇게 옛날 사람들이 다시 다 모일 수 있었다니, 그것도 이선화 권사님이 돌아가시며 마련해 주신 자리라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장례 예배를 집전하여 주신 목사님이 “복음교회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위안이 된다”라는 말씀처럼, 시카고에서 한인 이민 역사 상 한때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였던 복음교회가 많은 굴곡 진 시간들을 보내며 이리 찟기고 저리 부서지는 아픔 속에서도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것은 지금도 자리를 지켜주시는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하겠지요. 그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지금은 나이 드셔서 몸이 불편하고 편찮으셔서 예배를 사모하지만 교회에 오실 수 없는 분들도 계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많았던 교인들이 흩어져 이젠 얼마 안 남은 분들이 교회를 지키고 있지만, 그리고 교회의 터도 이젠 옛날의 그 장소가 아니지만, “복음교회”라는 이름 만으로도 제게는 마치 친정과도 같은, 저의 마음의 고향이고 제가 하나님을 만난 곳, 저의 신앙의 고향입니다. 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 제게 위로를 해주시고, 아직 신앙도 어리고, 미국에 와 모든 것이 낯설고 미숙했던 때에 저를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여러 장로님들, 권사님들의 은혜를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 감사주일에는 이분들을 찾아 뵈려고요. 감사주일 예배도 같이 드리고, 제가 이분들께 배웠던 대로 감사주일 만찬으로 대접해 드리려고요. 옛날에 같이 한 교회에 다녔던 교회 친구들과 연락하여 뜻을 모았습니다. 함께 감사절에 먹는 음식들을 하나씩 해들고 마치 홈커밍 하듯이, 친정으로 가는 마음으로 다들 만난다는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이번 주에 들어서 이제 차차 이것 저것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옛날에 권사님들이 감사주일이면 마련하셨던 바로 그 음식들을 배웠던 그대로 해드리려 합니다. 터키를 사다가 냉장고에서 해동하기 시작하고, 제가 맡은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식재료들을 사다 냉장고에 쟁여 놓습니다. 권사님들이 가르쳐 주셨던 레시피들을 찾아 놓습니다. 식기들도 챙겨 놓습니다. 하루 앞두고는 음식을 만들 계획을 세워놓기도 합니다. 친구들을 카톡방에 모아 놓고 마지막 점검을 합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돌아가신 이선화 권사님이 저 위에서 웃고 계실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이선화 권사님이 바라셨던게 이런 자리일 거 같애요. 모든 사람들이 다시 만나 감사 드리며 함께 먹고 마시는 자리. 제가 여태껏 보냈던 그 어떤 감사주일보다도,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번 추수감사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이선화 권사님, 살아계신 동안 끝까지 제가 더 잘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젠 좋은 곳에 가셔서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영생하소서. 다시 만나 그땐 “언니, 동생”하며 더 사이좋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