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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jpg

 

 

 

< 목사 / 두란노 침례교회>

 

 

안녕하세요, 형제님.

 

오늘은 첫사랑을 주제로 편지를 적어내려갑니다.

사춘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추억은 다른 기억들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향기로 강한 색으로 다가옵니다. 순수한 시절에 겪은 감정의 홍역이기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의 추억을 기억 창고의 어두운 구석이 아닌 언제나 접근이 가능한 곳에 저장해 둡니다. 좋은 추억이 담긴 사진을 앨범의 앞쪽에 꽂아 두는 것과 같은 심정이겠지요. 그래서 첫사랑의 추억과 관련된 장소, 사람, 날짜, 심지어 향기라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영낙없이 기억의 사진첩 앞에 꽂아둔 메모리들을 꺼내게 됩니다. 그리곤 추억에로의 황홀한 여행을 나서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첫사랑을 표현한 소설, 또는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황순원님의 ‘소나기’가 그랬고, 알퐁소 도데님의 ‘별’이 그랬습니다. ‘쉘부르의 우산’과 ‘내 마음의 풍금’과 같은 영화가 똑같은 이유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형제님, 하나님과의 사랑도 첫사랑을 통해 시작됩니다. 그리고 첫사랑은 자기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하나님과의 첫사랑, 하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생각납니다.

소설은 탐욕스런 아버지에서 태어난 형제들간의 갈등과 우애, 그리고 속세와 신앙의 대립 등을 중요한 내용으로 담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하나입니다. 30여년전에 읽어서 소설의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막내인 알료사에 대한 기억은 생생합니다그중에서도 하나님과 첫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떠올릴 때마다 감동을 주는 명장면입니다. 장면 속으로 형제님과 함께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저녁 무렵 알료사는 교회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오릅니다. 그의 머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복잡합니다. 출생의 비밀은 과연 무얼까? 조시마 주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언가? 교회에 가까이 다가갔을 어디선가에서 찬양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찬양은 알료사의 귀로 흘러들어 그의 영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때 갑자기 평화가 몰려왔습니다. 고즈녁한 평화로움. 평온해진 마음에 음성이 들려옵니다. “나는 항상 사랑하고 있다. 음성은 알료사가 오랫동안 번민해오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그의 영혼은 감동으로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신다. 출생도 확실치 않은 나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선 사랑하신단다. 감사합니다, 주님! 그는 끓어오르는 기쁨을 주체할 없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이 어제와는 다릅니다. 지금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처럼 정원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꽃들을 넋놓고 바라봅니다. 언덕 밑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밭이 그렇게 싱그럽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땅이 뿜어대는 달콤한 향기는 그의 정신을 아뜩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알료사는 자신이 마치 새로운 세상에 있는 이방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땅위에 던져 얼굴을 대지에 가져다 댑니다. 팔은 대지를 끌어안을 최대한 길게 뻗어봅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끌어 안듯이. 갑자기 사랑스럽게 다가온 우주 전체를 자신의 체온으로 직접 느껴보고자 하는 알료사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당시 왕정을 비판하는 문서를 낭독했다는 이유 때문에 28살의 젊은 나이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사형 집행 장소가 있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던 순간 지인이 그의 손에 권을 쥐어줍니다. 성경이었습니다. 성경은 도스토옙스키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만난 순간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우리는 알료사를 통해 엿볼 있습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탈고된 것은 그가 극적으로 사형집행을 모면한 3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60세의 나이로 하나님 품에 안겼으니, 말년에 작품인 셈입니다. 30년이 지났음에도, 작품의 알료사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과의 첫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실감나게 풀어내고 있으니 그의 경험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있는 겁니다.

 

형제님,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10년이 지나서야 주님을 만날 있었습니다. 1981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교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예배 침례를 받기는 했지만, True Christian 아니었던 겁니다. 그저 교회가 갖고 있는 문화가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10년을 교회 마당만 밟았던 겁니다. 그렇게 뿌리 없는 교회 생활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쪼가리 신앙조차도 점차 잃어갔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새로 이사한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1991 10 교회에서 개최한 부흥사경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영혼은 하나님 말씀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닫게 겁니다. 내가 죄인이라는 깨달음이 왔을 때부터 느끼기 시작한 영혼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없었습니다.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없을 같았습니다. 주일부터 시작된 4일간의 사경회에 꼬박꼬박 참석했습니다. 형제님, 사실 회사 근무 환경 때문에 평일 집회에 참석한다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은 일러야 저녁 8 정도였고, 여의도에서 집이 있는 원당까지는 빨리가야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그러니 8 저녁 집회에 맞추어 도착한다는 아예 불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3일동안 6 칼퇴근을 했습니다.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그만큼 컸던 겁니다. 그런데 마지막 집회 전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없었습니다.                   

집회 마지막 초조한 마음으로 예배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머리 속은 ‘오늘도 주시면 되는데’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집회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자리에 앉아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 영혼 가운데 음성이 들렸습니다. “바로 네가 고민하고 있는 때문에 내가 온거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주님의 음성입니다. 신비롭게도 마디에 영혼을 짓누르던 죄의 무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눈물은 그렇게 흐르던지…교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마치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동안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나를 둘러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전체가 아름답게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만원 버스 안에서 심하게 발을 밟혔어도 웃었습니다. 발을 밟은 사람도 사랑스럽게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때의 추억입니다.

 

형제님에게도 이런 첫사랑의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저를 포함해서 제법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지를 드릴 때까지 하나님의 축복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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