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문봉주 편집장>

 

추운 겨울인데도 겨울을 생각하면 따뜻한 기억이 많습니다.

 

겨울엔 역시 크리스마스 날에 교회에서의 추억이 있죠. 저는 어렸을 때엔 교회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년 중 유일하게 하루, 교회에 가는 날이 크리스마스 날이었거든요. 이웃에 살던 친한 가족이 목사님 댁이었는데 그집 언니, 오빠를 따라 크리스마스 날에 교회에 가서 캐롤도 부르고 예수님 태어나는 장면의 성극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교회에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는데, 아무래도 목사님 자제였던 친한 언니, 오빠—은혜 언니는 이름이 기억 나는데, 오빠 이름은 영 기억이 안 나네요…-- 덕에 성극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주인공인 마리아 역을 서로 하고 싶어 했는데 저같은 사람은 그 역은 못 맡고 아마도 엑스트라나 했지 않았나… 마리아 역할이 그여 하고 싶어서 집에 와서 마리아의 베일을 흉내내 보자기를 쓰고 우리끼리 성극을 다시 했던 기억도 납니다. 집 근처에 있던 동네의 작은 교회였던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예배가 끝나면 다같이 몰려 다니며 동네를 돌며 추운 줄도 모르고 함께 캐롤도 부르고—그 중에는 캐롤은 아닌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이라는 노래를 손을 호호 불며, 발을 동동 구르며,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댓가 (?)로 교회에서 선물도 받는 재미에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 가는 걸 좋아했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부모님들도 은혜 언니랑 교회에 가는 것은 허락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크리스마스 날의 그 교회의 작은 예배당 모습이 분명히 생각 납니다. 참 따뜻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으로.

 

그런데 어린 날의 그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다시 생각나게 한 크리스마스 예배를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 예배에 이어 다시 보게된 복음교회의 금년 크리스마스 예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큰 교회는 결코 아니지만, 이 교회의 크리스마스 예배 장면을 보자, 제가 어렸을 적에 갔던 은혜 언니 네의 그 교회의 크리스마스 예배가 생각이 났습니다. 옛 교인이 손수 만들어 선물했다는 작은 무대에 어울리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크리스마스 전구들로 꾸며진 교회의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 첼로, 플륫과 클라리넷을 부르는 예준이, 예찬이, 서진이, 민겸이의 크리스마스 캐롤송 연주, 그리고 어린이들의 율동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올리고, 율동을 마친 어린이들이 무대 위에 앉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과 예배 보러 온 어른들이 이 어린이들을 앉혀놓고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설교 시간은 참 새롭고 따뜻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린 자녀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목사님의 발상이었겠죠. 여기에 주전자에서 보리차 끓는 소리를 내며 툭툭 타오르는 난로라도 있었다면 옛날 제가 갔던 동네 교회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2000년도 훨씬 전에 아기로 오신 예수님이, 이 세상에 다시 빨리 오시면 좋겠지요?”라고 묻는 목사님에게 “네!”라고 주저없이 낭랑하게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어찌 그리 예쁜지요?

 

이날은 마침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 눈까지 와서 그야말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도 했지만, 그 추위와 눈길에도 예수님이 태어나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그 옛날 그 마굿간에 온 동방박사와 목동들과 같이, 예배를 사모하는 성도들—어린이와 어른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이 성전으로 와 드린 예배로 하나님께 정성스레 올려드린 우리의 향기와도 같았습니다.  

 

크리스마스도 한참 지나고, 새해 2023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달의 반이 훌쩍 지났지만, 그해 겨울의 따뜻했던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 아름다운 예배를 소개하고 싶어서 늦었지만 이 글을 썼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복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그 복은 바로 예수님!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용서하시고 우리가 죄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용서 받은 새 사람으로 더 좋은 일을 하며 살라고 구원해 주신, 그 일을 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이제 다시 오실 예수님을 바라며, 다시 예수님이 오셔서 지금 만나더라도 부끄러워 숨지 않고 “내 충성스런 종아, 참 잘 하였도다” 칭찬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에스겔 36:26)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늘 나라는 이런 어린이들의 것이다.” (마태복음 19:1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박완서 님의 동명 소설을 제 글의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