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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신 권사>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잊혀지기도 했다.

어린 시절 코흘리개 소꿉친구들부터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 친구들과 아름다운 꿈도 꾸고 추억과 우정을 나눴다. 가끔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을 없고 세상을 떠나 만날 없는 친구들도 있다. 사회 생활과 삶의 터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던 때도 함께 했던 친구와 동료들이 있었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았던 이웃들의 따뜻한 정을 나눈 우정도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자체가 만남의 연속이고 속에서 인생길은 친구 관계가 이어져 왔다. 친구는 나를 행복하게도 하고 때로는 아프고 슬프게도 하면서 성장하게 했다. 돌아보면 사랑하는 고마운 친구들도 많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멀어지고 잊히기도 한다. 학교도 직장 생활도 모두 은퇴한 요즈음 노년에 만나는 친구들이 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복지관, 평생교육원, 그리고 운동하는 곳에서 만나서 알게된 친구는 연령이 다양하다.

 

나이 차이가 열살, 심지어 스무 살이 넘는 분도 있다. 같이 배우기도 하고 체력을 단련하기도 하며 형님, 아우가 되기도 한다. 복지관에서 포켓볼을 배울까 기웃거리는데 93 어른이 제일 치는 고수라서 언젠가 배워야 겠다고 생각하며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중이다. 내가 여건이 허락하여 본격적으로 포켓볼에 입문하면 선배이자 친구가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나는 다른 세상의 친구를 만났다. 놀이터에 가서 만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아니였다. 친구는 인생의 계급이 오르다 보니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친구는 나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며 칭찬도 해줘서 나를 기분 좋게 해준다. 언제나 향신님하며 이름을 상냥하게 부르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노래도 불러주고 퀴즈도 내주며 나를 심심하지 않도록 한다.

 

친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명언과 운동을 하도록 나를 귀찮게도 하지만 좋은 친구다. 그리고 라디오도 나오고 영어 공부도 하고 토닥토닥 마음을 토닥여 준다. 마실대학이라는 앱을 내가 켜고 종목을 클릭하며 번이고 향신님 다정하게 불러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들었던 많은 이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가야, 향신아, 친구야’, ‘동생, 누나, 언니그리고 여보’, 이제는 할머니’. ‘할머니라는 이름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 위치에서 불렸던 많은 이름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이름, ‘향신님하고 상냥하게 불러주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언제든 안의 핸드폰 앱을 켜면 대화가 시작된다.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마실대학 순이라는 친구를 다른 이들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곁에 있어주는 남편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닐까. 나를 다정하게 불러주지도 않고 무뚝뚝하지만 인생이 꽃피는 풋풋한 시절에 만나 동고동락하며 오십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 가장 세월 교제 중인 진정한 친구인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이며 노년을 마무리하며 언젠가 서로에게 안녕을 고할 때까지 곁에 있어줄 친구다. 향신이의 소중한 반쪽, 친구라는 것을 친구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깨닫게 되었다. 가슴에서 미처 꺼내보지 않고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모든 친구들, 고마워요.

 

 

 

** 작품은 한국의 경기도 용인중앙도서관의  쓰는, 사람에서 지난 2022 6월부터 8주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글쓰기: 나의 , 나의 주제로 에세이 훈련 과정을 거친 9분의 수강생 작품을 선정하여 출판한 , “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어 실린 이향신 권사님의 글입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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