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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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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목사 / 포항제일교회>

  

제목이 글로리인가, 석연치 않다. 악인의 글로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말은 언뜻 나왔고, 정당한 복수를 하는 것이 피해자의 글로리를 되찾는 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같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폭력은 현실이고, 복수는 판타지이다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판타지를 요구하는 현실’ ‘이런 판타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말로 변호하고 싶다. 복수의 필요성과 불가능성의 차이가 워낙 크기에, 갭을 메우고 복수를 성공시키려면, 주인공은 탁월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운도 엄청 좋아야 한다. 모든 능력 중에 필수는 절제이다. 동은은 어떤 순간에도 절제를 잃지 않는다. 펄펄 끓는 복수심을 차갑게 냉각시켜 오래 간직하며, 마침내 목표를 이루어내는 자질이다. 동은이 다음으로 차가운 사람은 하도영. 반대는 재준. 순식간에 비등점에 이르는 그의 기질은 도영과의 대결에서 필패일 밖에 없다. 차가운 사람이 승리한다. 절제가 능력이다.

 

드라마틱한 복수를 성공한 이후에도 “금자 씨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했다”는 복수 영화의 어쩔 없는 결론도 드라마는 넘어서려고 했다.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동은의 극단적 선택을 막아서는 장면의 설정은, 메시지는 좋으나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개연성을 떨어트렸다. 서늘한 송혜교의 복수 연기는 압권이었지만, 마지막에 헤헤거리는 표정은 어색했다. 배우 스스로도 설득이 아닌지?  절에서의 자원봉사 6개월을 끼워 넣었으니, 봐달라고 작가가 말하는 같다.  귀엽긴 하다.

 

종교에 대한 전방위 비판. 부도덕한 목사와 망나니 자녀는 이미 클리셰가 되었고, 얼치기 무당도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기독교만 욕하려는 것은 아닌 같다. 오히려 종교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지 싶다. 복수와 정의를 말하면서, 인간적인 차원을 벗어난 대한 의식이 강한 작품이다. 무당이 굿을 하다가 당하는 ‘벌전’이 그렇다. 주인공도 마지막에 가서 복수의 성공에 신적인 도움이 작용한 같다고 말한다.

 

결국 신에게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마음은 아직 우리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거 본래 신이 해야 하는 건데, 내가 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하는. 이런 요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의 종교가 너무 용서와 사랑, 화해만 얘기하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정의의 실현 없는 용서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악의 힘을 키워 주는 아닌가?

성경이 소프트한 용서, 혹은 용서를 빙자한 체념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신약성경 마지막 , 요한계시록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크게 모든 용납하고, 멋있게 잊어버리라는 말을 하던 성경이 마지막에 가서는 “신원(伸寃), 원통함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악한 자에 대한 응징과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요한계시록도 판타지로 현실을 얘기하자는 거다.

 

예수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 12:20] 하실 ,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정의를 실현하는 분이다. 물론 완전한 정의는 마지막 날에 가서야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종말을 향해 사는 사람은, 종말론적인 질서를 오늘의 사회에서 있는 만큼 실현하며 살아야 하는 아닌가? 그게 “이미-아직 아니”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아닌가? 우리는 바울이 말한 평화와 계시록이 말한 정의를 함께 살아내야 한다.

 

물론 문동은 식의 철저한 복수는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학적으로 가장 위험은 자신이 신이 되어, 선과 악의 재판관이 된다는 것이다. 문동은 같은 멋있는 복수를 하기도 어렵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도 악인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는 어렵다.

 

반대로 정의의 실현은 하나님께만 맡기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 기도하라, 용서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악을 키우는 것이다. 학원 폭력이라는 어마어마한 , 그리고 부모들의 돈과 권력으로 악을 후견하고 장려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고통 당하는 약자들에 민감하며, 함께 힘을 모아 발이라도 전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글로리”가 필요를 일깨워 주었다.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고마운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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