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기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람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청마 유치환-
굿모닝~!!!!!
청마 유치환 선생은 해방이 되자 고향에 돌아와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부임합니다.
그곳에서 가사교사를 하는 이영도를 만나 첫눈에 사랑의 불꽃이 피어 오릅니다.
일제하의 방황과 고독으로 지친, 남보다 피가 뜨거운 서른여덟 살의 청마는
청상인 스물아홉의 정운 이영도는 피난처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유교적 사상으로 채색된 이영도는 틈을 주지 않습니다.
청마는 정운에게 5,000여 통의 사랑의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1967년, 환갑을 7개월 앞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청마의 시는 여느 시처럼 잘 다듬어지거나 언어의 압축미는 없습니다만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고 가슴에 와닿습니다.
3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향해 사랑을 표현한 청마,
이 시대에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