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3 08:14

그 노인이 지은 집

(*.173.72.159) 조회 수 253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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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게에 맞춰 단단한 바람의 주춧돌을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 익은 황토와 잘게 썬 볏짚을 섞어 벽을 발랐다

벽이 마르면서 갈라진 틈새마다 스스스 풀벌레 소리

곱게 대패질한 참나무로 마루를 깔고도 그 소리 그치지 않아

잠시 앉아서 쉴 때 바람은 나무의 결을 따라 불어가고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는 이제 지붕으로 올라갔다

비 올 때마다 빗소리 듣고자 양철 지붕을 떠올렸다가

늙으면 찾아갈 길 꿈길뿐인데 밤마다 그 길 젖을 것 같아

새가 뜨지 않도록 촘촘히 기왓장을 올렸다

그렇게 지붕이 완성되자 그 집, 집다운 모습이 드러나고

그는 이제 삶과 바람의 출입구마다 준비해 둔 문을 닫았다

가로 세로의 문살이 슬픔과 기쁨의 지점에서 만나 틀을 이루고

하얀 창호지가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는

불 켜질 때마다 다시 피어나라고 봉숭아 마른 꽃잎도 넣어둔

문까지 달고 그는 집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못 없이 흙과 나무, 세월이 맞물려진 집이었기에

망치를 들고 구석구석 아귀를 맞춰 나갔다

토닥토닥 망치 소리가 맥박처럼 온 집에 박혀들었다

소리가 닿는 곳마다 숨소리로 그 집 다시 살아나

하얗게 바랜 노인 그 안으로 편안히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길상호,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굿모닝~!!!!

작자는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의 고통이란, '마음 속의 집'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 집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이 시를 썼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자기도 모르게 늙은 냄새가 배입니다.

늙은 정신, 낡은 생각, 움직임의 더딤, 귀차니즘....

몸은 늙어가도 정신은 청년이어야 젊은이들이 다가옵니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지의 창설자 휴 헤프너(87)는 60년 아래의 부인 캐스탈 해리스와 삽니다.

냄새나고 낡은 생각의 소유자라면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하다고 해서 젊고 이쁜 여자가

다가 오겠습니까? 겨우 칠십을 넘고서 인생 다 산 것 같이 노인네 색갈의 옷을 입고

몸에 치장도 안하고 머리는 까치둥지를 하고 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방바닥에 주저 앉아 있지만 말고 다시 일어섭시다.

아직도 내게 주어진 남은 날은 너무도 멋집니다.

내 인생의 집, 어디부터 수리하실까요?

 

* 오늘은 아침편지가 늦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차가 빙판길에 안 나간다고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해서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어제 눈 좀 치우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안 치우고 게으름 피우느라고 발생한 사건입니다.

  오늘은 어제 준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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