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문필가)
은퇴하기전에 나는
세탁업에 종사하였다.
카운터 앞에서
손님을 맞으면서 대부분의 고객들이 몸에 향수를 뿌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각사람마다 각양,각향의 향수냄새를 몸에서 풍기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흑인들은 진한 향의 향수를 뿌리고 백인들은 은은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향기이며 동양인들은 비교적 은은한 향이 주종을 이룬다. 나의업소에는 주로 20~40대 젊은층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저마다 개성적인 특징을 살려 향수조차 그사람의 전매특허인양, 취향에 따라 각자의 향이 달라서 향수냄새만 맡고서도 그 손님이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기만의 고유의 향수를 뿌린다. 단골손님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쉽게 손님을 구별할수 있었다. 현대인들에게 향수는 필수품으로써 자기 몸에 향수를 뿌리거나 바르는 것은 문화생활속의 자연스러운 습관이나 규범이된 듯하다. 향수는 고대의 신성한 사원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미용사가 아닌 사제들의 전용품이 되다시피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원래기능은 향의 형태로 오늘날 교회의식에 남아있다. 향수라는 말 자체는 per와 fumus가 합쳐진 복합어로 라틴어로(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이다.
먹을것을 찾는데만 신경을 썼던 수렵인들은 신에게 바칠 가장 위대한 제물이 자기의 가장 귀중하고 필수적인 소유, 즉 도륙된 짐승을 바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향수는 살이타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 시체에다 뿌리던 탈취제로 원래 시작되었다. 성경에 보면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가 동물을 태워 제사를드리고 (주님이 향내를 맡으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향내는 살이타는 냄새가 아니라 향이타는 냄새이다. 시간이가면서 상징적인 대치를 통해서 연기나는 향 자체가 제사를 대신하게 되었다. 유향,몰약,게피,감송등의 수지 고무 태우는 것은 인간이 신에게 바칠수 있는 최대의 경의였다. 이렇게 해서 향수는 나쁜 냄새를 없애려는 실용적인 탈취제에서 그 자체로 귀중한 물품이되었다. 더이상 강한 탈취제가 필요없게 되자 사람들은 가볍고 부드러운 과일과 꽃향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향에서 향수로,강한 탈취제에서 약한 향으로의 전이는 6천년전 극동과 중동에서 일어났다. 기원전 3천년경의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수메르인들과 나일강유역의 이집트인들은 쟈스민,히야신스,붓꽃,인동 덩굴로 만든 기름과 주정으로 목욕을 했다. 이집트인들은 몸의 각부분마다 다른향수를 발랐다. 클레오파트라는 손에는 장미, 크로커스(crocus),제비꽃기름인 키야피(kyaphi)를 발랐다고 한다. 발에는 아몬드기름, 꿀, 계피, 오렌지꽃, 헤나등으로 만
든 로션인 에젭티를 발랐다고 한다.
유럽에서 향수와 향수제조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이국적 향수를 가지고 온 십자군이었다. 그리고 향수의 역사중에 바로 이시점은 새로운요소가 도입되는 시점이었다. 이 새로운 요소는 바로 동물의 기름이었다. 동양으로부터 약사들은 네가지 동물의 분비물을 약간만 써도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것은 사향,용연향,그리고 해리향인데 오늘날 향수에 없어서는 안될 기본요소들이다. 이들은 향수로서 전혀 적합하지 않은 요소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성적인 분비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므로 이 자체로는 너무 독하고 역겹고 구역질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해서 향수가되게 되었는지 그 기원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향수를 올바르게 보존하려면 뜨거운 열원으로부터 멀리하여야
하며 빛에 노출되어서도 안된다.
서양의 여자들은 냄새로 화장을 시작하지만 우리나라는 분이나 연지로부터 시작한다.
서양인들이 이처럼 향수를 즐겨 쓰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손등에 키스하거나 껴안는식의 인사를하기
때문에 몸에서나는 냄새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에게 알맞은 향수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몸에서 나는 체취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가장 좋은방법은 목욕을 마치고 알콜 솜으로 겨드랑이를 닦으면 거기에 자신의 체취가 묻어 나온다. 그냄새를 정확히 알면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를 고를수 있다. 향수는 뿌려서 원래의 자기체취와 잘 조화되어야
더 향기로울수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만이 독특한
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향수중에 가장 값 비싼것은 동물성 내음의 향수이고 그 다음이 식물성이면서도 동물성냄새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보통 좋은 향수는 프랑스의(샤넬)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것이 서양사람들의 강한 체취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동양인들에게는
너무나 강해 잘 맞지 않을수
있다. 값비싼 유명 브랜드보다는 비교적 체취가 약한 동양인을 위해 만들어진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향수는 깨끗한 살갗에 살짝 뿌려야지 너무 많이
뿌리면 도리어 역효과가 나서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프리게 만든다.
각자의 체취에
맞게 항상 그윽한 향기가 나도록 적당히 향수를 뿌리는 것은 현대인의 기본 에티켓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