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6 05:44

어느 며느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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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 년 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 4 년 간 똥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래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 년간 남편 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

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 이었지만 안 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 그 5 년간 베풀어 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 나이 33살 먹도록 그토록 선하고 지혜롭고 어딘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 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 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원 짜리 통장을 내어 주시며, 어디 나라

에서는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올 때 소 팔고 집 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혼수, 사고 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 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

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 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 소리 말고 있거라"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 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 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 땐 군것질 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이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 앞엣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 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 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제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되었죠...제가 무슨 귀한 몸이라고..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더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내일 2편이 올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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