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목사 바둑 수업기(2)
사촌형을 넘어선 다음 나의 바둑선생은 동네 아저씨들이었다.
삼각지에서 버스를 갈아 타는 관계로 버스비를 아끼느라 삼각지에서 용산역 건너편 시장 안에 있는 집까지는 걸어서 오게 되는데 용산소방서 근처에 다다미를 만들고 수리하는 가게가 하나 있었다 .
거기 일하는 아저씨들이 길에서 긴 나무의자의 양쪽 끄트머리에 앉아 가운데 바둑판을 마주하고 대국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한쪽이 지칠 때쯤 내가 그 자리에 앉아 한 수 배우는 것이 방과후 일과(?)처럼 되었다.
그것은 나의 돈 안드는 과외였다.
당시 아저씨들은 7급 정도 였는데 그 당시 대국 수는 많았지만 더 이상의 진보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촌누나 집에 놀러 갔다가 매형이 갖고 있던 "위기개론(圍棋槪論)"이라는 조남철선생의 명저를 보게 되었다.
한자(漢字)는 제법 많았지만 읽는데는 전혀 불편 없었기에 재미있었다. 바둑책이 귀한 시절이었기에 그 책은 나에게 있어서 바둑의 바이블이었다.
거기에 나오는 초반, 중반, 종반의 요령등을 익히고, 특히 바둑 격언 70여개를 몽땅 외우고 나니 실력은 일취월장, 7급 수준의 바둑이 3급 정도의 수준으로 대성하게 되었다.
특별히 단.급을 인정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부르는게 값이라고 자칭 3급이 되어 기원도 드나들면서 참 많이도 지고, 그래도 중학생 어린 녀석이 바둑을 둔다고 어른들이 잘 가르쳐 주었다
-계속-
이태영/ 바둑 AGA 공인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