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1 05:25

폐타이어

(*.173.188.170) 조회 수 25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폐타이어.pn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아파트 공터 한 귀퉁이

속도를 잊은 폐타이어

땅속에 반쯤 묻힌 깊은 침묵 속

햇빛을 둥글게 가두어 놓고

동그랗게 누워 있다

 

그가 그냥 바퀴였을 때는 단지

속도를 섬기는 한 마리 검은 노예일 뿐이었다.

날마다 속도에 사육되고

길들어 갔다

다른 속도가 그를 앞질러 갈 때

그는 바르르 떨며

가속 결의를 다져야 했다

자주 바뀌는 공중의 표정 앞에서는

잽싸게 꼬리를 사려야 했다

검고 딱딱한 세계 위에서 세월을 소모하며

제한된 영역만 누려야 했다

지금 저 동그라미는 자신의 일생이

얼마나 속도에 짓눌려 왔는지 기억하고 있을까

튕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으리라

예약된 모든 속도들 다 빠져나가고

속도는 한 줌 모래처럼 눈부신 한계였을 뿐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속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도에 매달린 세월

 

그가 속도의 덫에서 풀려나던 날

온몸이 닳도록 달려온 일생을 위로하듯

바람은 그의 몸을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잠시 뒤의 어떤 바람은 풀씨랑 꽃씨를

데리고 와서 놀아주었다.

벌레들의 따뜻한 집이 되었다

잃어버린 속도의 기억 한가운데

초록의 꿈들이 자란다

노란 달맞이꽃은 왕관처럼 환히 피어 있다

 

-김종현,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굿모닝~!!!!!

세월이 지날수록 속도전입니다.

얼마나 빨리 앞서 나가느냐에 따라 경제까지 달라집니다.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경쟁 사회에서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산업화의 부산물로 자동차가 생겨나고 타이어가 생명처럼 붙어 있습니다.

속도를 위해서 태어난 타이어, 어쩌면 우리 인생과 같습니다.

남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이어가 닳으면 수명을 다하듯이 우리 인생도 끝나는 날이 옵니다.

속도를 잃었을 땐 수명이 다한 것입니다.

어느날 우리는 폐타이어처럼 속도에서 빠져 나와 옆으로 누울 것입니다.

그때 어떤 추억들을 회상하며 누울까요?


  1. No Image

    영혼의 피어남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우리는 서로가 다릅니다. 다르게 태어났고, 다르게 자랐으며, 다르게 배웠습니다. 같이 보아도 다르게 보고, 같이 들어도 다르게 듣고, 같이 만져도 다르게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
    Date2014.04.13 Byskyvoice Views2876
    Read More
  2. No Image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얼마 전 이혼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를 만나 얘기도 나누고 위로도 해 줄 겸 약속을 잡기는 했지만 약속한 날이 다가올수록 괜히 주제 넘게 나선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니 친구...
    Date2014.04.12 Byskyvoice Views2741
    Read More
  3. No Image

    폐타이어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아파트 공터 한 귀퉁이 속도를 잊은 폐타이어 땅속에 반쯤 묻힌 깊은 침묵 속 햇빛을 둥글게 가두어 놓고 동그랗게 누워 있다   그가 그냥 바퀴였을 때는 단지 속도를 섬기는 한 마리 검은 노예일 뿐이었다. 날마다 속도에 ...
    Date2014.04.11 Byskyvoice Views2586
    Read More
  4. No Image

    긍휼

    이태영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나는 지금 진심으로 나와 함께 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몇 사람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나를 자유롭게 놓아 주면서 동시에 전심으로 나와 함께 합니다. 이것이 긍휼(compassion)아닐까요, 어떤 사람이 아무...
    Date2014.04.10 Byskyvoice Views2525
    Read More
  5. No Image

    메아리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한 어린 소년이 동생과 주먹질을 하고 싸웠다. 이를 안 어머니는 소년을 호되게 나무랐다. 분을 삭이지 못한 소년은 앞산으로 달려 올라가 맞은 편에 있는 산을 향해 소리질렀다. "나는 네가 싫어!" "나는 네가 싫어!" 동생...
    Date2014.04.08 Byskyvoice Views2494
    Read More
  6. No Image

    어느 며느리의 고백(2)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이분 마음 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 시누이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 때, 어머 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
    Date2014.04.07 Byskyvoice Views2562
    Read More
  7. No Image

    어느 며느리의 고백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 년 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 4 년 간 똥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래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
    Date2014.04.06 Byskyvoice Views2755
    Read More
  8. No Image

    잡초를 없애는 방법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한 철학자가 오랫동안 가르쳐 온 제자들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는 제자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빙 둘러 앉았다. 철학자는 제자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들판에 잡초가 가득하다. 어떻...
    Date2014.04.05 Byskyvoice Views2692
    Read More
  9. No Image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깊은 산간 마을에 어느 날 낯선 프랑스 처녀가 찾아 왔습니다.   그녀는 다음날부터 마을에 머물며 매일같이 강가에 나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이 가고 또 한 해가 가고...
    Date2014.04.04 Byskyvoice Views2512
    Read More
  10. No Image

    인생 거울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세상에는 변함없는 마음과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오리라.   사랑을 주면 사랑이 모여들어 가장 어려울 때 힘...
    Date2014.04.03 Byskyvoice Views29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64 Next
/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