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아파트 공터 한 귀퉁이
속도를 잊은 폐타이어
땅속에 반쯤 묻힌 깊은 침묵 속
햇빛을 둥글게 가두어 놓고
동그랗게 누워 있다
그가 그냥 바퀴였을 때는 단지
속도를 섬기는 한 마리 검은 노예일 뿐이었다.
날마다 속도에 사육되고
길들어 갔다
다른 속도가 그를 앞질러 갈 때
그는 바르르 떨며
가속 결의를 다져야 했다
자주 바뀌는 공중의 표정 앞에서는
잽싸게 꼬리를 사려야 했다
검고 딱딱한 세계 위에서 세월을 소모하며
제한된 영역만 누려야 했다
지금 저 동그라미는 자신의 일생이
얼마나 속도에 짓눌려 왔는지 기억하고 있을까
튕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으리라
예약된 모든 속도들 다 빠져나가고
속도는 한 줌 모래처럼 눈부신 한계였을 뿐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속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도에 매달린 세월
그가 속도의 덫에서 풀려나던 날
온몸이 닳도록 달려온 일생을 위로하듯
바람은 그의 몸을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잠시 뒤의 어떤 바람은 풀씨랑 꽃씨를
데리고 와서 놀아주었다.
벌레들의 따뜻한 집이 되었다
잃어버린 속도의 기억 한가운데
초록의 꿈들이 자란다
노란 달맞이꽃은 왕관처럼 환히 피어 있다
-김종현,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굿모닝~!!!!!
세월이 지날수록 속도전입니다.
얼마나 빨리 앞서 나가느냐에 따라 경제까지 달라집니다.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경쟁 사회에서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산업화의 부산물로 자동차가 생겨나고 타이어가 생명처럼 붙어 있습니다.
속도를 위해서 태어난 타이어, 어쩌면 우리 인생과 같습니다.
남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이어가 닳으면 수명을 다하듯이 우리 인생도 끝나는 날이 옵니다.
속도를 잃었을 땐 수명이 다한 것입니다.
어느날 우리는 폐타이어처럼 속도에서 빠져 나와 옆으로 누울 것입니다.
그때 어떤 추억들을 회상하며 누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