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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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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 장의사.png

이효섭(장의사)

 

성경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구약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의 이야기, 즉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인 유대인들이 어떻게 살았기에 구원자 예수님이

오셨는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신약은 예수님께서 이땅에 오셔서 인간창조의 원래 목적을

회복하기위한 그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한 책입니다. 신약의 수많은 이야기속에 제가 수십년 동안

의문으로 생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예수님과 그의 수제자가 된 베드로의 만남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생활과 사탄의시험을 물리치신 후 혼자서 말씀을

가르치시다가 고기잡는 어부 베드로를 만납니다. 이 상황은 많은 독지들께서 익히 알고

계시지요. 평생을 고기잡이로 살아온 베드로는 밤새도록 일하였으나 빈 배로 돌아와 아침에

그물을 씼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가시어' 이쪽에 그물을 던저보아라'고

말씀하셨고 베드로는 '선생께서 하라시니 한번 해보리이다' 하며 던졌습니다. 그 결과

만선이 되도록 고기를 잡았습니다. 뭍에 나아와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아래 엎드려 이렇게

고백합니다. ”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Go away from me, Lord, I am a sinful

man” 이 상황 하에서 왜 베드로가 자신을 죄인이라고 고백하는지’’’’’’’’’’’ 이 베드로의 고백은 제대로

이해가 되지않는 의문이었습니다.

사실 비슷해 보이는 고백이 구약에도 있지요. 왕이 된 다윗이 삼천궁녀(?)를 거느리면서도

예뻐보이는 부하의 부인을 불러 들여서 동침하고서는 그 부인의 남편되는 부하를 전쟁터로 보내

죽게 합니다. 그 일에 선지자 나단이 책망하지요. “ 어찌하여 네가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나

보기에 악을 행하는냐?” 다윗이 아룁니다 “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 I have sinned against

the Lord” 이 다윗의 고백은 이해가 됩니다.

지난 주에 한인 노숙자 호분씨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시카고 동포사회에서 흔치 않는 경우

였기에 많은 동포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마음 아파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내

가족을 보내드리는 정성으로 마쳤습니다. 호분씨는 1941년 한국이 일본에 강점 당하고 있을때

가난과 함께 태어나서 50년대 6.25의 전쟁속에서 십대 소녀로 성장해 갔을 것 입니다. 해방 후의

혼란과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 자신이 살아야 했으며 일찍부터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부등켜 안아야 했던 고난의 짐은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시대적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가난을 벗어나서 풍요롭게 살고 싶고 어둠의 그늘보다는 양지바른

동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름답고 사람답게 새롭게 살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과 결혼하여 도미하였습니다. 자식도 낳아 키우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며

행복을 엮어 갔으리라 생각됩니다. 미국 시민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행복도 잠시,

가정은 깨어졌고 꿈과 현실과 가정의 상실은 호분씨에게 큰 정신적 충격이었습니다.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어 쉘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삶의 바닥을 헤맬때

옆에서 가족처름 마음의 등받이가 되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호분씨를 찿으러 쿡카운티 검시소에 갔을 때입니다. 내가 호분을 찿으러 왔다고 말하니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 아 그 남자가 매일와서 가족과 연락이 되었냐고 물어보던 시신”이라며

즉시 알아 보았습니다. 이 남자는 윌리엄 그리픈( William Griffen ) 입니다. 이분은 지난 30년

가까이 몸과 마음과 생활이 안정치 않은 호분씨에게 시카고 컵스 야구장에서, 화이트 삭스

야구장에서 핫독(Hot Dog)을 팔 수있게 알선해 주었습니다. 이분도 나이가 많은 독거인이며

정부의 보조로 노인아파트에서 살아가며 한인 간호사의 건강체크를 받는 노인입니다. 기록을

깨는 지난 2월의 추위와 폭설 속에 보이지 않고 연락이 없는 호분을 찿아다니다가 길에서 죽어

검시소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일 와서 진전상황을 알아 보곤 하였습니다. 조문하는 금요일

오후 아직도 남아있는 겨울날씨였지만 그는 호숫가 쉐리단에서 버스와 전철과 택시를

갈아타면서 장례식장까지 욌습니다. 남루한 겨울잠바와 뚱뚱한 배를 감추지 못한 바지를입고…

관속에 누워있는 호분을 보면서 얼굴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의 감정을

쏟아 놓았습니다. “ 호분, 호분 찿아다녔다. 평안히 잠들어라, 천국에서 만나자. Ho Pun, Ho Pun, I

have been looking for you. now you sleep in peace, we will meet again in Heaven!” 겨울의 찬공기에

굳어있는 얼굴 위로 눈물을 흘리며… 그리픈씨는 다음날 장례에배에도 왔었습니다. 릿지우드

공원묘지 체플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고급스런 원형 모양의 넓은 공간에 유리로 된 벽은

바같 나무숲 풍경을 펼치고 건너 호수에는 몇 마리의 백조가 한가로이 나닐고 있었습니다. 한

가운데 호분씨의 관이 놓여있고 장미로 장식된 관 위의 꽃과 양쪽에 희고, 노란, 빨강으로

어울러져 장식된 꽃들이 있었습니다. 약 40 분의 장례예배 동안 조사와 말씀증거와

목사부부합창단의 조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리픈씨는 한가운데 관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예배동안 그는 관을 바라보고 호분을 생각하고 있었었겠지요. 순서의

진행에 따라 제가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리픈씨를 보았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며칠을

제대로 세면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없는 덥수룩한 얼굴, 빗질 아니한 머리 그리고 남루한 옷차림의

그리픈씨. 하지만 그는 외로움에 지쳐서 방황하는 한 이방여인을 지켜준 마음의 기둥이였고,

생명을 이어가도록 보살펴 준 보호자였으며 한 노파가 가슴 속 품고 있는 한가닥 소망을

간직하고 살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으며, 동족도 멀리 있을 때 사랑으로 호분을 감싸준

사람이였습니다. 나는 타이를 하고 깨끗한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리픈씨 앞에서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수 십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온전하지 않은 이방여인을 인간답게

살도록 온갖 사랑과 정성을 쏟아온 한 사랑의 거인 앞에서, 나는 여태껏 나를 그리고

나의 가족 만을 위해 살아 왔구나 깨달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볼품없는 저분보다 내가 더욱

가난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구나 하는 마음 속의

고백이 나왔습니다.

수 십년 동안 저의 마음에 자리했던 의문- 왜 베드로가 예수님 앞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게

보이는 고백, '나는 죄인이로소이다,'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은 유리거울이 아니였습니다.

내가 죄인임을 깨닫고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기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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