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나무교회>
선악의 본성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하여-
김정한목사(시카고 나무교회)
‘희망의 이유’라는 책을 읽었다. 평생동안 침팬지 연구에 생을 헌신한 제인구달이 저자. 그녀는 탄자니아 한 지역에서 혼자 침팬지를 관찰하며 연구했다. 처음에는 침팬지들이 도망쳤지만 수 년이 지나자 침팬지들은 더 이상 그녀를 침입자나 이방인이 아닌 친근한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제인은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침팬지가 흰개미를 먹기위해 나뭇잎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제까지 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침팬지에게 있어 엄마의 성격, 특히 다른 개체들과 맺는 관계의 성격이 침팬지 새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침팬지도 학습이 일어난다는 거다. 이런 연구결과는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제인은 이 연구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짜르트는 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으로 ‘마술피리’를 완성시켰다. 마술피리는 두명의 인물이 큰 축이다. 대사제 짜라스트로와 그를 대적하는 냉철한 밤의 여왕. 밤의 여왕은 파미나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는데 어느날 짜라스트로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녀는 왕자 타미노에게 자신의 딸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마술피리를 건네준다. 파미나의 초상화를 본 왕자는 한 눈에 반해 그녀를 꼭 구출할 것은 약속하는데…
그러나 사실 파미나는 납치된 것이 아니라 악한 밤의 여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짜라스트로의 방편이었다. 밤의 여왕은 죽은 자신의 남편이 다스리던 태양의 세계를 짜라스트로가 지배하자, 용납하기 힘들었고 다시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백성과 사제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터라 기회만 엿보고 있던 중. 한편 파미나를 구하러온 왕자도 짜라스트로에게 감복하고 지도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밤의 여왕이 절규하는 장면이 바로 그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다. 소프라노의 함계음이라는 하이 F가 세 번이나 나오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극치라고 불리는, 정말 어렵기로 소문난 곡. 딸 파미나에게 단도를 주면서 엄마를 진짜 사랑한다면 짜라스트로를 죽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연을 끊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이다. 조수미가 부른 게 세계적으로 유명.
제인구달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구를 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다. 침팬지들이 집단간의 살육을 자행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남의 새끼를 죽이고 그 시체를 먹는 등 침팬지가 가지고 있는 잔인한 본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제인은 이러한 사실과 인간의 본질을 놓고 갈등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연구결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한 성향도 타고난 것이고 그래서 전쟁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자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절반은 죄인이고 절반은 성자인 우린 인간은고대로부터 물려받은 두가지상반된 성향,즉 폭력에 이끌리는 한편 동정심과 사랑을 느끼는 성향을 지니고 바로 여기에서 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잔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친절한 두가지 성향속에서 영원히 분열하게될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성향들을 조절하여 가려고 하는 방향을 선택할 능력을 얻게될 것인가?”제인은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정말 유전적인 영향을 받지만 그런 유전적 기질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또한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녀가 그 이후로 ‘희망의 환경운동가’가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다. 선과 악의 두 가지 싸움속에서 진정 악한 본능을 통제하고 이기는 길은 힘이나 행운이 아닌 바로 희망이다.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의 절규를 들으며 오히려 그 희망을 떠올리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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