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올린 시 한편-노숙한 소녀의 기도

by skyvoice posted Apr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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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숙 장로>

많은 해를 살았다고

무엇에나 한마디 참견치 말게 하소서

달이 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처럼

해가 갈수록 마음을 숙이는 성숙한 인생을 살게 하소서

날마다 짙어가는 망각 속에

지나온 날들의 추함, 아픔, 슬픔일랑

실어 보내고 그래도 한 줄기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만은 길이 새기게 하소서

눈이 점점 흐려짐은 어쩔수 없지만

사람들의 깊은 사려를 읽으며

감탄하고 칭찬할 수 있는 마음의 눈만은 밝히어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聖人되기는 감히 바라지도 않습니다

더불어 살기에 불편한 성인보다

차라리 차 한잔 나누며 울고 웃는

소박한 인생으로 살게 하소서

오 사랑의 주님!

바라옵기는 늙어도 늙지 않는 마음, 흐려도 볼수 있는 눈,

폭풍우 속에도 피어나는 사랑

그리고 해가 가도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오늘을 살게 하소서

아멘